조울증 일기_우울 삽화_230205(2)
2. 화요일 아침은 정말 기억이 잘 안난다.
일단, 9시 전에 취침하였는데 늦잠을 잤다. 쿠에타핀 25mg이 정말 강했다.
전날 울어서 그런지, 눈이 엄청 부었다.
회사에 갈 때까지의 기억이 거의 없다.
회사를 가자마자, 웰부트린 150mg을 떄려넣었다.
기운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기운이 나서 그런지, 일하다가 내 처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맺혔다.
아무리 우울증이 와도 회사에서는 기를 쓰고 정신을 잡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티는 날 것이다. 업무가 아닌 커피타임까지 밝게 참여할 만한 여력이 없다.
어쩃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애인을 만나려 갔다.
월요일보단 기력이 좀 있었나 보다. 내가 좋아하는 뉴오더클럽 연남에 피자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애인을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지만, 표현이 격하게 나오지가 않았다.
화요일에 마침 휴무라 먼저 도착해서 예약을 걸어놨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같이 연남동 골목을 걸었다.
얼굴 보니까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이런 상태에 있어서
전날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 병에 지쳐서 나를 떠날까봐
내 잘못이 아니고, 전혀 싫어지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날 안심시켰다.
걷다 걷다 약 40분을 기다려 피자를 먹었다. 내 힐링푸드를 먹으니 힘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피자는 예상대로 너무 맛있었고,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먹고나와서 좋아하던 카페를 가려고 하니 폐업했단다;
같이 다른 카페를 가서 티 한잔을 마시고, 애인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퇴근하고 밥먹고 나니 기력이 너무너무 없어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애인을 집 주변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줬는데, 만날 때부터 들고 있던 올리브영 쇼핑백을 나한테 건냈다.
"다크초콜릿이 우울증에 좋다고해서 사러 갔다가, 과일 좋아하는 거 생각나서 말린 과일도 좀 샀어."
기운은 없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집으로 돌아가 다시 쿠에타핀 25mg을 먹고 잠에 들었다.